- 본문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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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야 김좌진은 유복한 명문가에서 태어났지만 네 살의 어린 나이에 부친을 여의고 편모슬하에서 성장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재주와 담력이 출중했다. 학문도 뛰어난 편이었다. 그러나 공부보다는 아이와 하인들을 모아 전쟁놀이를 일삼는 소년 장사였고, 검술이나 말타기가 아니면 병서 읽기를 즐겨 하였다. 무인 기질을 타고난 셈이었다. 놀이에서 늘 대장 자리를 꿰찬 만큼 또래에 대한 김좌진의 배려는 유별났다. 새 옷을 동무들의 누더기와 바꿔 입는 것은 다반사였다. 거기다 어른들의 꾸중에도 아랑곳없이 어린 거지를 보면 밥을 먹이거나 옷을 입혀 보내고는 했다. 그런 김좌진은 마침내 다른 사람은 꿈도 못 꿀 혁명적인 일을 해치웠다. 열여섯 살 무렵의 일이었다.
어느 날, 나이는 어려도 집안의 기둥인 김좌진은 대대로 내려오던 가복(家僕)을 한자리에 불러 잔치를 베풀었다. 30명 남짓 되었다. 한데 얼마 뒤 어린 주인이 가복들 앞에서 노비 문서부터 불태우는 게 아닌가. 당시는 노비가 곧바로 재산인 시절이었다. 그러나 노비 처지에서는 해방이 크게 달가울 것도 없었다. 주인집에서 쫓겨나면 당장 입에 거미줄을 쳐야만 했던 것이다. 한데 어린 김좌진은 이미 그러한 사실까지 훤히 읽고 있었다. -21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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